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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사커’로 불러도 발끈하지 말자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에서 만난 잉글랜드와 미국은 경기를 하기 전부터 으르렁거렸다. 축구의 명칭을 두고 ‘풋볼(football)’과 ‘사커(soccer)’로 대립한 것이다. 이 경기를 전후해 소셜미디어(SNS)에서 풋볼이란 명칭을 지지하는 팬들은 “이 경기는 사커가 아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반면 미국 팬들은 “이것은 사커”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미국의 다음 상대는 네덜란드였다. 경기에 앞서 트위터 영상에 등장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대표팀을 응원하며 ‘풋볼’과 ‘사커’라는 호칭에 관한 해묵은 논란을 재개했다. 영상 속의 대표팀 주장 타일러 아담스는 카타르 축구장에서 7000마일 떨어진 백악관으로 공을 찼다. 백악관에서 축구공을 집어 든 바이든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It’s called soccer, GO USA(이것은 사커라고 불린다. 미국 파이팅)”이라고 말한 것이다.16강전 승자는 미국을 3-1로 이긴 네덜란드였다. 이에 네덜란드 총리 마르크 뤼터는 트위터에 “Sorry Joe, football won(조, 미안하지만 풋볼이 이겼다)”고 적고 윙크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그러자 바이든은 축하를 보내면서 “Strictly speaking, shouldn't it be 'voetbal’(엄밀히 말하면 voetbal 아닌가요?)”라는 농담을 건넸다. Voetbal은 축구를 뜻하는 네덜란드어로 발음은 풋볼과 비슷하다.미국인들은 자국에서 풋볼로 불리는 미식축구와 구분하기 위해 축구를 사커라고 부른다. 이에 사커는 ‘더러운 미국주의(filthy Americanism)’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또한 사커를 미국의 스포츠 문화를 대표하는 ‘치어리딩(Cheerleading)’, ‘동물의 이름을 딴 팀 이름’과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 잉글랜드 축구팬을 짜증 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풋볼을 사커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풋볼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인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 공을 차고 손으로 잡는 형태의 운동은 고대 그리스, 중국의 송나라, 중앙아시아,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대륙의 원주민이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럼에도 FIFA(국제축구연맹)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고대에 행해진 어떠한 유사한 경기도 축구와 역사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중세 시대 유럽의 여러 국가와 특히 잉글랜드에서 인기를 얻은 공놀이가 있었다. ‘몹(mob, 군중)’ 풋볼이라고 불렸던 중세 경기는 선수 숫자 제한이 없어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했고, 규칙도 거의 없었다. 당시 풋볼은 공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과실치사나 살인으로 이어지지만 않으면, 모든 수단이 용납됐다고 한다. 그러나 몹 풋볼로 인해 인명,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지속되자 이를 금지하는 법이 잉글랜드에서 여러 번 만들어졌다.19세기 영국의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 사립학교를 의미)’은 현대 풋볼의 탄생에 중요한 토대를 쌓았다. 퍼블릭 스쿨은 풋볼을 ‘키킹(kicking, 발차기)’과 ‘캐링(carrying, 손으로 나르기)’이라는 2개의 코드로 명확하게 구분했다.럭비 풋볼은 캐링 코드를 대표한다. 1845년 럭비 풋볼의 규칙이 처음으로 성문화된 곳이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퍼블릭 스쿨인 럭비 스쿨이다. 키킹 코드에 속하는 풋볼은 1863년 ‘Laws of the Game’으로 불리는 규칙을 만들었고, 세계 최초의 축구협회인 ‘The FA(The Football Association)’를 창설했다. 협회의 규칙에 따라 진행된 풋볼에는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축구다. 사커란 명칭은 어소시에이션 풋볼에서 유래했다. 1870년대 옥스포드 대학교 학생들은 “association”을 줄이고 “-er”을 합쳐 “어사커(assoccer, 영국식 발음은 어소커)”를 만들었고, 같은 방식으로 럭비 풋볼은 “러거(rugger)”로 칭했다. 2차 세계대전 무렵 어사커는 더 축약되어 현재의 사커가 됐다.그저 그런 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명문 클럽으로 만든 버스비의 자서전 제목에 사커와 풋볼이 동시에 쓰였다. 월드 사커는 1960년에 개간해 현재까지 발행되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잡지인데, 잡지명이 풋볼이 아닌 사커다. 이외에도 1959년 데일리 미러 신문사가 발행한 기사에도 축구를 사커로 표시했다. 1964년에 첫 방송을 한 BBC의 유명 축구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도 1970년대 후반까지는 사커를 즐겨 썼다. 이렇게 오랫동안 널리 쓰였던 사커라는 단어가 1980년대 이후 영국에서 점차 모습을 감춘다. 미국의 프로축구리그인 ‘NASL(North American Soccer League)’이 70년대 후반부터 축구 스타 펠레, 베켄바워, 크루이프, 유세비오, 조지 베스트 등을 영입하며 큰 인기를 끌자, 미국인들이 사커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즉 미국에서 일시적으로 사커가 인기를 얻게 되자, 이 단어는 영국에서 불결한 것이 됐다. 아일랜드의 한 신문사는 이를 가리켜 영국인의 ‘집단적 언어 기억상실증(collective linguistic amnesia)’이라고 비꼰 적도 있다. 따라서 사커라는 호칭은 축구에 대한 배신이 절대 아니다. 잉글랜드의 축구팬들이 사커라는 단어에 보이는 ‘짜증’도 무지의 산물이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3.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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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 없어”…돌아온 ‘피지컬: 100’ 논란 딛고 더 강력하게 [종합]

‘피지컬: 100’이 시즌1의 논란을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승부에 나선다.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 100 시즌2 – 언더그라운드’ 제작발표회가 14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장호기 PD, 이종일 PD, 강숙경 작가가 참석했다.‘피지컬: 100’은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지난해 1월 시즌1이 공개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데 힘입어 올해 시즌2로 돌아왔다.시즌1은 한국 예능 사상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 1위를 달성했다. 또한 82개국 톱10 리스트에 오르고 6주간 누적 시청시간 1억 9263만 시간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장호기 PD는 “출연자들이 최선을 다해 멋진 모습을 보여줬고 시청자들이 관심을 준 덕분에 다시 한번 인사할 수 있게 됐다. 관심 가져준 시청자, 멋지게 활약해준 출연자에게 감사하다”며 “이에 보답하기 위해 1년 동안 정말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이종일 PD는 “원초적인 승부에 대한 내용이라 해외 시청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매력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강숙경 작가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앉아서 볼 수 없고 서성이며 보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시즌2의 부제는 언더그라운드다. 시즌1 세트가 고대 그리스의 판테온이 배경이라면, 시즌2는 지하 광산으로 배경을 옮겼다.이에 대해 장호기 PD는 “오랫동안 회의를 거쳐 나왔다. 시즌1이 고대 그리스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완전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하 광산을 생각하게 됐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처절하고 터프한 느낌이 있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한층 광활한 규모를 자랑하는 세트와 화려해진 출연자 등도 시즌2의 특징이다. 축구장 3개 규모의 세트장과 국가대표 출신 출연자 등이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을 예정이다.강숙경 작가는 “시즌1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해 관심도가 높았다. 그러다보니 시즌2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며 “그래서 국가대표급 출연자를 많이 모시고 싶었다. 아무래도 국가대표 출신들은 모신다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가 모시고 싶었던 모든 출연자를 모셨다”고 말했다.이어 “다양한 직업과 체급을 가진 사람들도 참가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자와 강자의 대결이 정말 엄청나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런가 하면 시즌1 결승전 당시 불거졌던 공정성 문제도 언급했다. 장호기 PD는 “시즌1 당시 특정 출연자를 우승자로 만들기 위해 승부를 조작했다거나 결과를 번복했다는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완벽하게 녹화를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그러면서 “경기를 하다 보면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벌어진 상황을 최대한 투명하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즌2에는 변수가 생겨도 다 보여주고 설명하자는 자세로 임했다”며 “또한 시즌2에는 심판을 모셨다. 안전과 공정을 모두 대비하기 위해 10명의 심판을 모셔 퀘스트에 배치했다. 임의로 판정하거나 구두 협의하지 않고 전문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제작발표회 후반에는 넷플릭스 콘텐츠팀 유기환 디렉터가 등장해 제작진이 아닌 넷플릭스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유기환 디렉터는 “저작권, 초상권 때문에 원본 영상 공개를 지양하고 있다. 이 영상이 다 담기지 않아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며 “시즌2는 더 꼼꼼한 시뮬레이션, 수많은 심판, 어떤 상황도 납득하실 수 있도록 하는 편집 방식을 택했다. 시즌2에 대한 관심과 성원 부탁한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강숙경 작가는 “누가 우승할지 예상하며 봐달라. 그리고 모든 예상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며 “시즌1에 비해 부족함 없다고 생각한다”고 관심을 당부했다.‘피지컬: 100 시즌2 – 언더그라운드’는 오는 19일 공개된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3.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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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대표팀 유니폼은 왜 국기 색상과 다를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 색상은 주로 자국의 국기로부터 따 온다. 물론 예외도 있다. 전통적인 축구 강국 중에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신흥 강국 중에는 일본과 호주가 있다. 최근의 독일대표팀은 2018, 2022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연달아 실패하며 부진에 빠졌지만, 전통적으로 이들은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독일은 월드컵에 19번 출전해 8강 이상을 16번 기록했고, 결승전 최다 진출국(우승 4번, 준우승 4번)이다. 뛰어난 축구 실력과 더불어 독일대표팀은 아름다운 셔츠를 종종 선보이며, 글로벌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독일대표팀의 홈 셔츠는 흰색이다. 국기 색상인 검정, 빨강, 금색(노랑색이 아님)과 연관이 없다. 예전에 이에 관한 주제를 다룬 적이 있지만, 필자의 글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한다.키트 색상의 역사는 11세기 말에 시작한 십자군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지 예루살렘을 무슬림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많은 가톨릭 수도회가 생겼다. 수도회에 속한 이들은 수도자이자 기사였다. 이 중 대표적인 기사단이 구호기사단, 성전기사단, 튜튼기사단(독일기사단)이다. 튜튼기사단은 예루살렘이 위치한 레반트 지역과 발트해의 기독교인을 보호했다. 튜튼기사단은 13세기 초반 발트해 남동쪽에 독일 기사단국을 세웠다. 16세기 초반 기사단국은 세속 국가로 전환하며 프로이센 공국이 되었다. 1701년 왕국으로 승격한 프로이센은 1871년 분열된 독일 민족을 통일하며 독일 제국을 출범시켰다.독일 축구대표팀 키트의 색상은 1926년 이후부터 흰색 셔츠, 검은색 바지에 흰색 양말이 되었다. 블랙과 화이트로 구성된 프로이센 국기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또한 프로이센의 국기는 튜튼기사단의 상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독일팀의 홈 키트 색상은 십자군 전쟁에서 유래했다.195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TV에서 축구가 중계되었다. 경기장의 관중들은 한 팀이 파란색 다른 팀이 빨간색 혹은 검은색 셔츠를 입어도, 두 팀을 구분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흑백 TV를 통해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혼란을 일으켰다. ‘두 번째 색상(second color)’을 가진 어웨이 셔츠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된 계기다.1954 스위스 월드컵에 참가한 서독대표팀의 어웨이 셔츠는 녹색이었다. 이후 2000년까지 녹색이 짙어지거나 다른 색상과 혼합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녹색은 이들의 어웨이 셔츠 칼라였다. 축구 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독일대표팀은 자신들과 별 상관없이 보이는 녹색을 생뚱맞게 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럴듯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2차대전 후 전범국이 된 서독과 축구를 하고 싶은 유럽 국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 아일랜드가 곤경에 빠진 서독에 손을 내밀어 경기를 갖게 된다. 이후 서독축구협회는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아일랜드의 상징 색상인 녹색으로 어웨이 셔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낭만적인 스토리는 오랫동안 사실처럼 축구팬들 사이에 떠돌았다. 심지어 현재 구글에서 검색을 해도 이렇게 설명이 된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현실은 주로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팩트를 얘기하면, 아일랜드는 서독과 축구를 처음 한 국가가 아니다. 전쟁 후 서독과 맞대결한 첫 번째 나라는 스위스였다. 1950년 11월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서독과 스위스의 친선 경기에는 무려 10만 2000여 명의 관중이 모일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1942년 11월 슬로바키아전을 마지막으로 8년 만에 열리는 국가대표팀 경기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서독의 1-0 승리. 서독팀은 1951년 4월 스위스와 리턴 매치를 했고, 6월 베를린에서 터키와 경기를 가졌다. 9만여 명의 관중이 모인 터키와의 경기 때 서독은 처음으로 녹색 셔츠를 착용했는데, 1-2로 패했다. 이후 서독은 오스트리아와 경기를 했고, 같은 해 10월 더블린에서 마침내 아일랜드와 대결해 2-3으로 졌다.그렇다면 녹색의 기원은 도대체 어디일까? 나치 시절의 독일축구협회(DFB)는 이니셜 D, F, B를 검은색, 흰색,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흑-백-적은 독일 제국의 국기색으로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이었고, 1933년 히틀러의 나치당이 바이마르 공화국을 해체하며 부활시킨 색상이다. 종전 후 1949년 DFB가 재조직되면서 새 로고가 만들어졌다. 축구장의 피치를 상징하는 녹색이 협회의 시그니처 칼러가 되었고, 그린 색상의 어웨이 셔츠는 이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독일 국기의 색상인 검-적-금이 DFB의 로고에 추가되면서, 어웨이 셔츠도 녹색 일변도에서 변하기 시작했다. 독일팀은 2002 월드컵에는 ‘두 가지 색으로 된 회색(two-tone grey)’, 2004 유로에는 검은색 어웨이 셔츠를 선보였다. 2006년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 때는 당시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의 강력한 제안으로 빨간색을 어웨이 색상으로 정했다. 많은 팬들이 익숙한 녹색으로 돌아오길 바랐지만, 클린스만은 “적색 셔츠가 팀에게 심리적 우위를 주고, 행운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클린스만의 기대와는 달리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 적색 셔츠를 입은 독일팀은 1승 3패로 저조했다. 그나마 거둔 1승의 상대도 약체인 남아공이었다. 클린스만은 “월드컵 본선에서 가능한 자주 적색 셔츠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독일대표팀은 2006 대회 때 치른 모든 경기에서 흰색 셔츠를 입었다. 참고로 독일이 월드컵과 유로에서 각각 4번, 3번 우승했을 때 그들은 언제나 흰색 홈 셔츠를 착용했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3.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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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에서 무연 담배가 인기라고? ⑤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글로벌 분석업체 ECA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207개 도시의 ‘생활비’를 매년 발표한다. 2023년 런던은 뉴욕, 홍콩, 제네바에 이어 4위였다. 서울은 9위, 도쿄는 10위로 조사됐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필자는 물가 정보 사이트 넘베오(Numbeo)를 통해 한국과 영국(UK)의 생활비를 비교해 봤다. 집세(rent, 영국이 106% 높음)를 제외한 소비자 가격은 영국이 한국보다 0.6% 높았다. 하지만 품목별로 가격을 비교하면 두 나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빵, 우유, 소고기, 과일, 야채 같은 식품 가격이 영국보다 훨씬 비싸다. 한국의 사과, 감자 가격은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싸고, 소고기 가격은 두 번째로 높다. 이에 반해 영국은 집세, 외식, 교통비 등이 비싸다.주요 품목 중에서 영국이 한국보다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담배다. 말보로 한 갑이 한국에서 4500원(3.36달러, 66위)인데 반해, 영국은 2만2100원(16.52달러 4위)이다. 그나마 2015년 한국 담뱃값이 80% 오른 탓에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담배 한 갑의 세율은 영국과 한국이 각각 80%와 74%로 큰 차이는 없다. 담배가 제일 비싼 나라는 호주(27.85달러, 3만7200원)이고, 일본(4.05달러)과 한국을 제외한 선진국에서 담배가 제일 싼 나라는 스페인(5.61달러)이다. 2006년 3월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거쳐 2007년 7월 잉글랜드를 마지막으로 영국 내의 직장과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흡연은 불법이 됐다. 축구장도 이러한 대세를 따라갔다. 2005년 에버튼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가 프리미어리그(EPL) 최초로 흡연을 금지했다. 다른 클럽들도 이를 따라 2007년부터 모든 EPL 구장은 금연 구역이 됐다.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을 영어로는 베이핑(vaping)이라고 한다. 베이핑 역시 모든 EPL 구장에서 불법이다. 만약 스모킹 혹은 베이핑을 축구장에서 시도하다 걸리면 어떻게 될까? 당사자는 경기장에서 당장 퇴출되고, 클럽에 따라서는 시즌 티켓도 취소된다.영국 정부는 흡연에 관한 더 강한 규제를 내놓고 있다. 2015년부터 영국 내의 모든 상점은 판매대에 담배를 진열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가 특정 상표의 담배를 주문하면, 점원이 숨겨진 곳에서 담배를 꺼내 주는 식으로 판매는 이루어진다. 2023년 10월 보수당 정부는 흡연 가능 연령을 현재의 18세에서 매년 1년씩 높일 계획을 밝혔다. 야당인 노동당도 이에 찬성한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되면 2009년 1월 1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영국에서 평생 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다.영국의 흡연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현재 흡연자 비율은 12.9%(640만 명)이다. 하지만 일부 프로축구선수들은 여전히 담배를 즐긴다. 2000년대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의 대표적인 흡연자는 피터 크라우치, 데이비드 제임스, 프랭크 램파드, 애쉴리 콜, 잭 윌셔, 라힘 스털링, 키에런 트리피어, 웨인 루니 등이다. 특히 루니는 2009년 아내 콜린이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1200파운드를 주고 성매매를 한 적이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당시 담배가 고팠던 루니는 호텔 리셉션에서 한 갑을 무려 200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29만원)에 샀다고 한다. ‘무연 담배(Smokeless tobacco)’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츄잉(chewing, 씹는), 디핑(dipping, 머금는) 담배와 스누스(snus)이다. 미국에서 유래한 츄잉과 디핑은 특히 야구와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2015년 메이저리그(MLB) 선수와 지도자의 37%가 무연 담배를 애용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빅 리그에 올라온 모든 신인 선수들은 이러한 담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스누스는 스웨덴에서 유래했다. 스누스와 디핑 담배는 유사하지만, 제품을 입에 넣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스누스는 윗입술과 잇몸 사이에 위치하는 데 반해, 디핑은 주로 아랫입술이나 볼과 잇몸 사이에 놓는다. 또한 스누스는 씹을 필요가 없고, 침도 안 뱉는다. 디핑은 씹을 수도 있고 침을 뱉어야 한다. 영국에서 스누스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사용하는 것은 합법이다.EPL 선수들이 스누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누스를 통해 니코틴을 흡수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방출되고, 이는 아드레날린의 급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스트레스는 감소되며 집중력이 증가되고, 신체적인 활력이 향상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바디는 자서전에서 “스누스는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축구 선수들이 스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선수는 심지어 경기 중에도 사용한다”고 밝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스누스를 감시 목록에 올렸지만, 금지한 적은 없다. 따라서 현재 선수들의 스누스 이용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스누스는 일반 담배보다 분명 덜 위험하지만, 높은 니코틴 함유량으로 인해 중독성이 강하다. 또한 스누스를 계속 이용하면 심장, 구강 질환 등을 유발하고, 식도암과 췌장암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일부 클럽은 스누스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EPL 같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부, 명예,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최고 레벨의 선수와의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긴장감이 요구된다. 이러한 압박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선수들은 스누스를 애용한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1.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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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최고의 골초는 누구일까? ④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아스널의 미래’로 기대를 받았던 잭 윌셔는 2013년과 2014년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찍혔다. 2015년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체스니는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데 이어, 탈의실에서 흡연하다 발각되었다. 선수들의 몸 관리와 식단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아르센 벵거 감독의 아스널에서 흡연 문제가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당시 아스널 소속이었던 올리비에 지루는 프랑스의 스포츠 일간지인 레퀴프와 이에 관해 인터뷰를 가졌다. 지루는 윌셔와 슈체스니의 논란에 “아무도 충격받지 않았다”면서, 축구계에 흡연은 만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클럽마다 4~5명의 선수가 담배를 피운다”고 밝혔다.지루의 인터뷰를 보고 솔직히 필자는 놀랐다. 지금도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프로선수가 이렇게 많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과거 활동했던 선수와 감독 중에는 골초가 꽤 많았다. 대표적인 유명 골초 선수로는 1970년대 축구를 상징하는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와 1980년대 브라질 축구를 대표했던 소크라테스다. 특히 소크라테스는 소아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의사였는데도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웠다.축구와 흡연에 관해 글을 쓰던 중 의문이 하나 생겼다. 축구계 최고의 골초가 누구일지 궁금해진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정확하고 공식적인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가 열심히 조사한 결과 가장 유력한 이를 찾아냈다. 주인공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나폴리, 첼시, 유벤투스의 감독을 거쳐 현재 라치오의 수장인 마우리치오 사리(Maurizio Sarri)다. 그렇다면 사리는 과연 얼마나 담배를 많이 폈을까? 영어에는 ‘라이트 스모커(light smoker)’와 ‘헤비 스모커(heavy smoker)’라는 표현이 있다. 보통 하루에 10개비 이하를 피면 라이트이고, 한 갑 즉 20개 이상을 피는 사람을 헤비라고 부른다. 헤비들은 줄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체인 스모커(chain smoker)’라고 칭한다.다양한 외신이 그의 하루 담배 소비량을 보도했다. 하지만 언론에 따라 사리의 흡연량은 들쑥날쑥하다. 하루에 60개비를 핀다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80개비라고 주장하는 언론도 있다. 심지어 하루에 100개비까지 피운다는 기사가 나온 적도 있다. 종합하면 그는 하루에 최소 60에서 최대 100개비를 핀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면, 식사, 샤워 시간 등을 제외하고 하루에 14시간이 사리에게 주어진다고 가정해 보자. 100개비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그는 대략 8분마다 한 개비를 펴야 한다.사리와 담배와 얽힌 논란 몇 개를 소개한다. 2018년 2월 사리의 나폴리는 유로파리그에서 RB 라이프치히를 만났다. 당시 라이프치히는 홈구장인 레드불 아레나에 사리만을 위한 임시 흡연 공간을 만들어 줬는데,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 1200유로는 나폴리 구단이 부담했다. 2019년 7월 유벤투스의 방한 경기 때 벌어진 호날두의 ‘노쇼’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내한한 사리 감독은 인천국제공항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데 이어, 담배를 입에 물고 국내 팬들에게 사인을 해줘 논란을 일으켰다.흡연으로 인해 사리에게서 나는 악취는 선수들에게도 고역이었다. 유벤투스의 ‘명수비수’이자 이탈리아 대표팀의 주장이었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는 그의 자서전에서 “유벤투스 선수들은 사리 감독과 얘기를 나눈 후 담배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샤워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선수들은 훈련 후 땀이 많이 난 트레이닝 키트를 입은 채, 그를 만나는 것을 선호했다. 샤워 후 깨끗한 옷을 입고 사리를 만나면 다시 한번 샤워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비슷하게 흡연은 오랫동안 이탈리아 문화에 깊게 뿌리내렸다. 이탈리아에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라는 삶의 방식을 아우르는 철학이 있다. 영어로 옮기면 ‘the sweet life(달콤한 인생)’이 되는데, 이는 “단 한 번 사는 인생에 모든 순간과 경험을 음미하고 최대한 즐기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탈리아인에게 멋진 패션과, 예술, 맛있는 음식, 사교 활동 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로 인해 카페, 레스토랑 등에서 벌어지는 사교 모임에서 흡연은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게다가 이탈리아에서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흡연하는 행위를 매력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이탈리아 축구인들의 담배 사랑도 유명하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을 모두 우승한 최초의 감독인 마르첼로 리피의 입에는 거의 언제나 시가(cigar)가 물려 있었다. 또한 챔피언스리그에서 4번 정상에 올랐고 유럽 5대 프로축구리그에서 모두 우승한 경력이 있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유명한 골초다. 이외에도 잔루카 비알리, 마르코 베라티도 정기적으로 흡연을 즐겼다. 아스널에서 부진했던 니콜라스 벤트너는 2012~13시즌 유벤투스로 임대됐다. 클럽에서의 첫날 벤트너는 동료들이 안 보여 찾아 나섰다. 그는 마침내 10~12명의 동료를 화장실에서 발견했는데,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흡연은 어느 클럽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렇게 많은 선수가 모여 담배 피우는 광경에 벤트너는 놀랐다. 하지만 흡연 중인 안드레아 피를로와 부폰을 본 순간 그는 어떤 말을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월드클래스 선수였기 때문이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2.29 15:00
프로축구

이변은 없었다…김영권 MVP·홍명보 감독상, 2년 연속 '울산 현대 천하' [IS 잠실]

이변은 없었다. 울산 현대의 K리그 2연패를 이끈 핵심 수비수 김영권(33)이 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최고 지도자에게 돌아가는 감독상은 울산의 홍명보(54) 감독이 차지했다.김영권과 홍명보 감독은 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각각 K리그1 최우수선수상(MVP)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 시즌 이청용·홍명보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울산에서 MVP와 감독상 수상자가 나왔다.김영권은 투표에서 타 구단 감독 11표 중 6표, 주장 11표 중 4표, 미디어 115표 중 55표를 받아 환산점수 44.13점을 기록, 제카(포항 스틸러스·44.76점)를 근소한 격차로 제쳤다. K리그 입성 2년 만에 품은 첫 MVP다. 또 홍명보 감독은 감독 9표, 주장 4표, 미디어 36표를 받아 환산점수 45.02점으로 이정효(25.52점) 광주FC 감독과 김기동(20.91점) 포항 감독 등을 제치고 2년 연속 시상대에 섰다.김영권은 올 시즌 K리그 32경기(선발 30경기)에 출전하며 울산의 K리그 우승을 이끈 핵심 수비수였다. 프로 데뷔 후 일본·중국에서 뛰던 김영권은 지난 시즌 울산에 입단하며 처음 K리그에 입성했는데, 김영권이 합류한 뒤 울산은 지난해 17년 만의 K리그 우승과 올해 2연패를 각각 달성했다.특히 지난여름엔 중동 구단으로부터 거액의 연봉 등 러브콜을 받고도 잔류해 K리그 정상 수성에 앞장섰다. 시즌 내내 팀의 수비진 핵심 역할을 맡은 건 물론 베테랑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팀 중심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홍 감독과 구단으로부터 MVP 후보로 추천받아 이날 수상의 영예까지 안았다.김영권 외에 제카가 감독 4표, 주장 7표, 미디어 41표를 받아 환산점수 41.76점을 기록했다. 대전하나시티즌 티아고는 감독 2표, 주장 1표, 미디어 11표로 11.33점을, 안영규(광주FC)는 미디어 8표로 2.78점을 각각 받았다. 시상대에 오른 김영권은 “팀을 2연패로 이끌어주신 처용전사 서포터스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희가 뛸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 됐다. 정말 다시 한번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에게 항상 맛있는 식사를 해주시는, 클럽하우스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어머니, 아버지들 너무 감사드린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 TV로 지금 보고 계실 텐데, 김영권이라는 축구선수로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뒤에서 항상 묵묵히 응원해 주시는 장인 장모님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이어 “올 시즌 경기력이 안 좋은 시기가 있었다. 그때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그때 ‘넌 어떻게 맨날 잘할 수 있겠느냐. 이 경기에서 1~2경기 못하면 어떠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속이 좀 뻥 뚫렸다. 올 시즌 우승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선수들을 항상 보살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지금까지 했던 거는 과거의 일이라고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과거보다는 앞으로를 준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김영권은 “한국축구를 위해 항상 노력해 주시고 한국 축구가 어떻게 하면 발전할까 고민해 주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님 감사드리고,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님께도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제가 감사를 해야 될 사람이 있다. (울먹이며) 제 와이프, 이 트로피는 (박수) 여보의 땀과 노력이 하나하나 들어가 있는 트로피라고 생각해. 우리 아이들 정말 이쁘게 키워줘서 고맙고, 나를 이렇게 멋진 축구선수로 만들어 줘서 정말 고마워. 여기서 멈추지 않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저의 축구에 마지막으로 달리고 있는 페이지 중 한 페이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 더 좋은 인성으로 내년에 또다시 여기서 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K리그1 감독상은 치열한 경합 끝에 홍명보 감독이 차지했다. 홍 감독은 미디어 투표에선 이정효(59표) 감독, 주장 투표에선 김기동(5표) 감독에게 각각 밀렸지만 감독 투표에서 11표 중 9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단 페트레스쿠 전북 현대 감독은 김기동 감독, 김기동 감독은 이정효 감독을 각각 뽑았다.홍명보 감독이 이끈 울산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23승 7무 8패를 기록하며 3경기를 남겨두고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17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랐던 지난 시즌보다 더 우승 시기를 앞당긴 기록이었다. 울산을 K리그 2년 연속 정상으로 이끈 지도력은 결국 K리그 감독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2017년과 2018년 감독상을 수상했던 최강희 당시 전북 현대 감독 이후 5년 만에 감독상 2연패도 품었다. 역대 감독상 통산 2회 수상으로 고재욱·김호·이차만 감독 등과 감독상 수상 횟수 공동 4위에도 이름을 올렸다.홍명보 감독은 시상대에 올라 “훌륭한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들어주신 울산 현대 선수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축구장에 가면 관중들도 다 아는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2명이 있다. 양 팀 감독들이다. 그나마 이기는 감독은 괜찮은데 지는 감독은 모든 화살을 받게 된다. 그만큼 굉장히 외로운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그럴 때일수록 귀를 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훨씬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홍명보 감독은 “올 한 해 쉽지 않은 해였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시작하면서 좋은 흐름을 가져가면서도, 중간에는 어려운 전환점도 있었다. 전환점을 선수들과 잘 극복해서 울산 현대가 2년 연속 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부담이 있고 압박받는 자리지만 미래를 위해서 꿈꾸고 있는 지도자·감독들을 위해 올해 감독상은 그분들과 함께 나눠보고 싶다. 다시 한번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은 정호연(광주)이 치열한 경쟁 끝에 황재원(대구FC)을 불과 2.79점 차로 제치고 수상했다. 정호연은 감독 2표, 주장 6표, 미디어 43표를 받아 환산점수 34.96점을, 황재원은 감독 5표, 주장 3표, 미디어 35표를 받아 32.17점을 각각 기록했다. 감독들은 황재원을, 주장과 미디어는 정호연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광주 유스 출신인 정호연은 지난 시즌 데뷔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차며 36경기 1골 4도움을 기록, 광주의 K리그2 우승과 승격에 기여했다. 올 시즌에도 34경기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광주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승격팀 광주가 리그 3위에 오르고,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을 획득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이같은 활약으로 정호연은 올 시즌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영플레이어상을 품었다.정호연은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이 있다”면서 운을 뗀 뒤 “먼저 이정효 감독님이 매일 내가 안주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이어 구단 관계자, 지원 스태프, 코치진, 그리고 경기장을 찾아와 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늘 변함 없이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시는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K리그1 베스트11은 ▲골키퍼 조현우(울산) ▲수비수 완델손, 그랜트(이상 포항) 김영권, 설영우(이상 울산) ▲미드필더 제르소(인천 유나이티드) 이순민(광주) 오베르단(포항) 엄원상(울산) ▲공격수 주민규(울산) 제카가 차지했다. 주민규는 득점상(17골) 백성동(포항·8개)은 도움상 각각 품었다. 베스트11 오른쪽 수비수로 선정된 설영우는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저에게 많은 걸 가르쳐주시고 대해 주시는 너무 감사드린다. 올해 우승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고 많이 뛰어주신 동료들과 코칭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 올해 저에게 큰 선물을 주신 황선홍 감독님께도 감사드리고 정정용(김천 상무) 감독님 죄송하다. 목표는 K리그 MVP다. MVP 받을 때까지 열심히 뛰어다니겠다. 항상 열심히 응원해 주신 서포터스 분들 모든 팬분들 정말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이날 축하공연 무대에도 올랐던 이순민은 “꿈이 하나씩 현실이 되면서 기쁨과 감사함을 느낌과 동시에, 책임감 역시 느낀다. 제 꿈이 더 이상 저 혼자만의 꿈은 아니게 됐다. 그 무게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피하지 않고 부딪혀보려고 한다. 아, 이정효 짱.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득점상과 베스트11 공격수를 모두 품은 주민규는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다. 가장 존경하는 홍명보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감독님 밑에서 하는 것부터가 영광이다. 감독님이 전술 등 많이 챙겨주셔서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인복이 많다고 느끼게 도와준 울산 동료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 동료들이 진심으로 도와줬다. 팬분들도 응원해주신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이 상은 올해만 즐기겠다. 내년부터는 늘 그렇듯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전했다. K리그2에선 전남 드래곤즈 공격수 발디비아(29·브라질)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MVP 영예를 안았다. 발디비아는 다른 팀 감독 12표 중 6표, 주장 10표, 미디어 101표 중 52표를 받아 환산점수 57.52점을 기록했다. 원두재(김천 상무·23.09점) 이한도(부산 아이파크·11.28점) 조르지(충북청주·8.11점)를 제쳤다.이번 시즌 무려 14골·14도움의 압도적인 기록이 발디비아에게 MVP 영예를 안겨줬다. 리그 득점 2위, 도움 1위의 기록이자 전남의 올 시즌 득점 55골의 절반 이상인 28개의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공격지역 패스 성공 전체 1위(461개), 키패스 3위(56개), 크로스 성공 3위(44개) 등도 기록했다. 이번 시즌 K리그2 우승은 김천 상무가 차지했는데, 우승팀이 아닌 팀에서 MVP가 나온 건 2021년 부산 아이파크 소속이던 안병준 이후 2년 만이다.발디비아는 영상을 통해 “제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상이다. 또 MVP는 처음 수상하는 것이어서 정말로 큰 행복을 느낀다. 소중한 분들이 계셨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난 1년 간 수많은 노력과 훈련, 집중을 기울였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한국축구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 노력들이 성과를 거뒀다. 이 모든 과정이 잘 이뤄져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스스로 더 발전해 오랫동안 한국에 더 머물고 뛰고 싶다. 사랑해 전남 파이팅”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K리그1만큼 치열했던 감독상의 영예는 김포FC를 프로 2년 만에 승강 플레이오프로 이끈 고정운 감독에게 돌아갔다. 고정운 감독은 감독 투표에선 12표 중 3표, 주장 투표에선 3표에 각각 그쳤지만 미디어 투표 101표 중 가장 많은 42표를 받았다. 환산점수는 30.48점. 박진섭(25.66점) 부산 감독, 정정용(24.94점) 김천 상무 감독, 이영민(18.93점) 부천FC 감독을 제쳤다. 후보에 오른 4명의 감독 모두 18점 이상의 환산 점수를 받아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감독 최다 투표는 정정용 감독(6표) 주장 최다 투표는 박진섭 부산 감독이었다.프로 첫 시즌 11위 중 8위에 머물렀던 김포는 올 시즌 리그 3위에 오르며 K리그2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나아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원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다음 시즌 K리그1 무대를 누빌 수 있다.고정운 감독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저보다 능력도 뛰어나고, 성적도 많이 낸 선·후배 지도자들이 많은데 이런 상을 받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상은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에 저한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임해준 것 같다. 선수들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모든 공을 우리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다. 김포 하면 레전드 한 분이 계시다. 지금도 홈 어웨이 가리지 않고, 연세도 있으신데 매 경기 오셔서 저한테 많은 힘을 주시는 이회택 김포FC 고문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플레이어상은 부천FC 안재준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수상했다. 안재준은 감독 12표 중 9표, 주장 7표, 미디어 101표 중 80표를 받아 환산점수 68.61점을 기록했다. 조위제(부산·15.89점) 김민준(김천·11.61점) 조성권(김포·3.89점)을 여유 있게 제쳤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무려 11골 4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쌓았다. 역대 K리그2 영플레이어 수상자 중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건 안재준이 처음이다.시상대에 오른 안재준은 “이 상을 받는 데 저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부천FC 이영민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족한 제가 이 상을 받은 건 좋은 팀원들, 코칭스태프들 마지막으로 부천FC 팬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받았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 좋은 말씀 해주시는 (조)수철이형에게도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K리그2 베스트11은 ▲골키퍼 구상민(부산) ▲수비수 김동진(안양) 이한도(부산) 이상민(김천) 최준(부산) ▲미드필더 김진규(김천) 발디비아(전남) 원두재(김천) 모재현(경남) ▲공격수 루이스(김포) 조르지(충북청주)가 선정됐다. 최다득점상은 루이스(16골) 최다도움상은 발디비아(14개)다. ◆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결과*K리그1△ MVP : 김영권(울산)△ 감독상 : 홍명보(울산)△ 영플레이어상 : 정호연(광주)△ 베스트11- 골키퍼 : 조현우(울산)- 수비수 : 완델손, 그랜트(이상 포항) 김영권, 설영우(이상 울산)- 미드필더 : 제르소(인천) 오베르단(포항) 이순민(광주) 엄원상(울산)- 공격수 : 주민규(울산) 제카(포항)*K리그2△ MVP : 발디비아(전남)△ 감독상 : 고정운(김포)△ 영플레이어상 : 안재준(부천)△ 베스트11- 골키퍼 : 구상민(부산)- 수비수 : 김동진(안양) 이상민(김천) 이한도(부산) 최준(부산)- 미드필더 : 김진규(김천) 발디비아(전남) 원두재(김천) 모재현(경남)- 공격수 : 루이스(김포) 조르지(충북청주)김명석·김우중 기자 2023.1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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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EPL에서 자제해야 하는 응원 도구는?

2009년 11월 영국 런던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세르비아와 A매치전을 가졌다. 이 경기는 대표팀이 런던에서 평가전을 가질 때 주로 이용하는 풀럼의 홈구장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렸다. 당시 필자는 퍼트니 브리지 지하철역에서 구장으로 걸어가던 중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을 여러 번 마주쳤다. 눈길을 끄는 상품도 있었다. 바로 코리아와 세르비아가 반반씩 섞인 스카프였다.두 팀을 섞어 놓은 스카프에 필자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름 수긍이 갔다. 한국과 세르비아는 축구 라이벌도 아니고, 특히 그 경기는 양국 간에 열리는 첫 번째 공식 경기이자 친선전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일〮전에 앞서 한국과 일본이 섞인 스카프를 판다면 짜증이 났을 것이다. 비슷한 의미로 프리미어리그(EPL)의 라이벌 클럽 2개를 섞어서 스카프를 만든다면, 현지 팬들은 얼마나 화가 날까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이렇게 경기를 갖는 두 팀을 섞어 만든 스카프를 영어로 ‘half-and-half scarves(반반 스카프)’라고 부른다. 반반 스카프의 등장은 현대 축구에 나타난 새로운 특징 중 하나다. 원래 반반 스카프는 특별한 경우에만 등장했다. 컵 파이널, 자선 경기, 국가 대항전, 또는 리버풀과 셀틱같이 특별한 관계에 있는 클럽에 한정해서 쓰인 것이다. 이렇게 특정한 경우에만 보이던 반반 스카프는 2010년대 초반 이후 EPL 경기장에서 급속하게 늘어난다. 현재는 리그의 모든 경기에서 이런 스카프를 구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반반 스카프의 대중화는 현대 축구의 소비자가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PL은 더 이상 영국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수많은 외국 팬들이 EPL을 보기 위해 영국을 찾고 있다. 2019년 올드 트래포드와 안필드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만 44만 명에 달했는데, 반반 스카프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게다가 영국의 많은 젊은 팬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와 다른 축구관을 가지고 있다. 유럽클럽협회(ECA)가 2020년 축구팬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4%의 영국인이 두 개 이상의 클럽을 서포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 한정하면 이 숫자는 크게 올라간다. 2019년 영국의 16세~24세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46%가 최소 2개 이상의 클럽을 서포트한다고 나왔다. 3개 이상의 클럽을 응원한다는 비율도 무려 27%에 달했다. 또한 스타 선수의 존재 여부도 젊은 세대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다. 기성세대의 ‘찐팬’이라면 뒷 목 잡을 일이 젊은 세대에는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반반 스카프의 착용을 두고 찬반양론도 활발하다. 찬성하는 쪽은 “티켓을 기념으로 간직하듯이, 경기 날짜가 인쇄된 반반 스카프는 그 경기를 봤다는 기념품”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더비 경기를 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라온 외국 팬에게 이러한 스카프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축구 문화와 소비자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도 말한다.반대하는 쪽은 “기념품으로는 반반 스카프보다 매치 데이 프로그램이 더 좋다”, “반반 스카프 대신 두 팀의 스카프를 사는 것이 더 좋은 기념품이다”, “진짜 축구팬이라면 한 팀만 응원해야 한다”, “품위를 가져라”, “반반 스카프는 중산층과 돈 많은 외국 관광객이 노동자들의 스포츠였던 축구를 빼앗아 갔다는 상징”이라고 주장한다.전통적으로 영국인이 생각하는 축구팬은 단순히 어떤 브랜드의 고객이 아니다. 축구는 사회, 문화, 관습적으로 팬들과 함께 하며 그들 삶의 일부다. 하지만 반반 스카프는 팬을 단순한 소비자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에, 그들은 화가 나는 것이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를 맞아 영국 축구장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숫자가 늘고 있다. 비록 팬 문화는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찐팬들은 반반 스카프(특히 라이벌 팀이 합쳐진)를 끔찍이 싫어한다. 우스꽝스러운 반반 스카프의 등장으로 라이벌 클럽 간의 열기는 밋밋해졌고, 이는 축구의 근본을 흔든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쪼록 여러분이 영국 축구장을 방문한다면 경기에 좀 더 집중하면 좋겠다. 셀카도 적당히 찍자. 설사 반반 스카프를 구입하더라도 이는 장식용 기념품일 뿐, 실제로 두르고 다니는 우를 범하지 말자.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0.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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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잉글랜드는 ‘찐팬’과 ‘가짜 팬’을 어떻게 구분할까?

스포츠를 포함해 많은 분야에는 진짜와 가짜가 존재한다. 축구팬도 열성적이고 충성심이 강한 ‘찐팬’이 있는가 하면, 흉내만 내는 ‘가짜 팬’도 있다. 영어로 찐팬은 ‘Real fan 혹은 True fan’이고, 가짜 팬은 ‘Plastic fan’이다. 리얼 팬들은 보통 플라스틱 또는 페이크(fake, 가짜)팬을 경멸한다. 플라스틱 팬들은 응원하는 클럽이 수시로 바뀌고, 여러 팀을 동시에 응원하는 등 리얼 팬이 혐오하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기 때문이다.국가나 문화에 따라 찐과 플라스틱을 구분하는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축구의 본고장이자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프리미어리그(EPL)를 보유한 잉글랜드는 이를 어떻게 구분할까? 물론 이를 구분하는 절대적인 표준이 있지는 않다. 개인에 따라 좀 더 엄격하거나 또는 느슨하게 기준이 적용되기도 한다. 이에 필자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을 소개한다. 우선 플라스틱 팬에 관해 알아보자. ①좋아하는 선수(혹은 감독)가 팀을 옮길 때마다 그를 쫓아 응원하는 클럽이 바뀐다면 플라스틱이다. 예를 들어 응원하는 클럽이 리오넬 메시를 따라 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맹, 그리고 인터 마이애미로 바뀐 경우다. 이런 특징을 가진 이를 영어로 ‘Icon Imitator(아이콘을 모방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②사회생활에 축구를 이용하는 경우. 친구나 동료, 직장 상사에 따라 응원하는 클럽이 결정된다면 플라스틱이다. 이들은 축구를 이용해 특정 그룹에 들어가고 싶은 열망도 있고, 특히 영향력 있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응원하는 클럽이 결정된다. 영어로 이들을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Followers’라고 칭할 때도 있다.③성적이 좋은 클럽만 쫓아다니는 경우. 성적에 따라 응원하는 팀이 바뀌는 경우도 플라스틱이다. 응원하는 클럽이 우승을 오랫동안 못하거나, 2부 리그로 강등됐다고 성적이 좋은 클럽으로 갈아타는 경우를 말한다. ‘이기는 팀이 우리 팀’이라는 마인드를 가진 이들을 영어로 ‘Glory Hunters(영예 사냥꾼)’이라고 한다. 또는 챔피언스리그 같은 빅 경기를 하는 클럽만 따라다닌다고 ‘Main Eventers’라고도 부른다.④연인이나 배우자를 따라 응원하는 클럽이 바뀌는 경우. 사랑하는 이를 따라 응원팀이 바뀌면 ‘로맨티스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리얼 팬 관점에서는 이들은 플라스틱에 불과하다. 영어로 이들을 ‘태그 얼롱(Tag Along, 누구를 따라가다)’이라 표현한다.이외에도 축구 셔츠가 이뻐서 클럽의 팬이 된 경우. 특정 팀을 응원한다고 말하나, 그들의 문화, 역사, 응원가 등에 무지하고 축구장 방문은 고사하고 TV 중계도 외면하는 이들도 플라스틱이다. 또한 외국인이 특정 팀을 응원하는 이유가 자국 기업이 클럽을 인수했기 때문이라면 역시 플라스틱이다. 태국 기업 킹 파워가 2010년 레스터 시티를 인수한 이후, 태국에서 시티 팬이 급증한 것이 좋은 예다. 아울러 자국 선수가 뛰다는 이유로 특정 클럽을 응원하는 것도 플라스틱이다. 이런 경우 보통 자국 선수가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면 그를 따라 응원하는 팀이 바뀌기 때문이다. 리얼 팬도 절대적인 정의는 없다.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은 “진정한 팬은 자신이 하는 일 중 축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진짜 팬은 성별, 종교, 배우자를 바꾸더라도 응원하는 클럽은 바꿀 수 없고, 심지어 “자신의 팀을 위해서라면 부모님을 잃는 것도 개의치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스포츠 광인 필자도 동의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과격하다.진짜 팬은 응원하는 클럽과 선수의 모든 정보를 알아야 하고, 전 경기를 봐야 하며, 경기 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딴짓도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진정한 팬은 징크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팀이 졌을 때 입은 옷은 다음 경기를 볼 때는 입으면 안 된다고 말할 때도 있다. 불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 주장도 좀 과하게 느껴진다.보편적으로 말하는 진짜 팬은 “클럽에 어떠한 일이 생겨도 떠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람이다” 팀이 이기든 지든, 설사 강등되는 어려움에 빠져도 한결같이 응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건설적인 비판도 할 줄 아는 사람들. 이렇게 클럽의 좋고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같이 늙어가는 이들이 진짜 팬이다. 이러한 팬들 중 일부는 죽은 후에 사랑하는 클럽 셔츠와 같이 묻히기를 원할 때도 있다. 또는 화장한 자신의 재를 축구장에 뿌려달라고 말한다. 실제로 재를 뿌려 달라는 요청이 너무 많아, 대부분의 영국 클럽은 더 이상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구장 안이나 근처에 추모정원을 마련한 클럽도 있지만, 이곳도 여유 공간이 절대 부족한 경우가 많다.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는 고향 팀인 에버튼과 리버풀FC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2개의 클럽을 응원하는 사람은 플라스틱 팬일까 아닐까? 다음 칼럼에서 이에 대해 알아보자.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09.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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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집시의 100년 저주'에 걸린 잉글랜드 클럽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는 저주에 걸린 팀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검은 양말의 저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의 ‘와후 추장의 저주’ 등이 있다. 구단과 팬들은 이러한 저주를 풀기 위해 오랫동안 각고의 노력을 했다. 결국 86년 만에 보스턴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저주에서 벗어났다. 화이트삭스와 컵스가 저주에서 벗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각각 88년과 107년이었다. 팀의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을 익살스럽게 바꾼 이후, 추장의 노여움을 샀다는 클리블랜드는 2019년부터 추장 로고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클리블랜드는 현재까지 74년 동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축구리그인 잉글랜드의 풋볼 리그는 12개 팀으로 구성된 가운데 1888년 시작했다. 135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클럽은 단지 24개에 불과하다. 잉글랜드의 북서부 랭커셔주에 위치한 프레스턴 노스 엔드는 리그 원년인 1888~89시즌 18승 4무를 기록해 무패로 우승했다. 프레스턴은 리그 우승에 이어 FA컵마저도 우승, 잉글랜드 최초로 더블을 달성한 클럽이다. 당시 프레스턴은 컵 대회까지 총 27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아 ‘디 인빈시블(The Invincibles, 천하무적)’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프레스턴은 이듬해인 1889~90시즌에도 우승한다. 그 후 3시즌 동안 클럽은 2위를 3번 연속 기록하는 등 풋볼 리그 초반기의 최강자로 군림한다. 이들의 성공은 당시 클럽 회장이었던 윌리엄 수델이 스코틀랜드의 우수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데에 기인했다. 하지만 프레스턴은 1938년 FA컵 우승을 마지막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클럽은 1961년 2부 리그로 강등당한 이후 현재까지 1부리그로 올라오지도 못하고 있다. 요크셔 지방에 위치한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1897~98시즌 첫 우승을 한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다.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WBA)도 1919~20시즌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허덜즈필드 타운은 1923년부터 3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에 오른 뒤 우승 기록이 없다. 뉴캐슬도 1926~27시즌 4번째 우승을 기록한 이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셰필드 웬즈데이도 1929~30시즌 4번째 우승 후, 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다. 이들 클럽이 1부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햇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프레스턴(133년), 셰필드 유나이티드(125년), WBA(103년), 허덜즈필드 타운(97년), 뉴캐슬(96년), 셰필드 웬즈데이(93년). 이 클럽들도 여러 종류의 저주나 징크스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MLB와는 다르게 이들 클럽이 1부리그 우승과 연관해서 가진 특별한 저주는 없다. 잉글랜드 축구의 많은 저주 중 버밍엄 시티의 ‘집시의 저주(The Gypsy Curse)’가 특히 많이 알려져 있다. 버밍엄 시티는 ‘스몰 히스 얼라이언스(Small Heath Alliance)’라는 이름으로 1875년 창단했다. 1905년 버밍엄 FC로 명칭이 바뀐 클럽은 기존의 홈구장이 너무 작은 관계로 축구장을 새로 짓는다. 버밍엄은 새 보금자리로 세인트 앤드루스(St Andrew's) 스타디움을 1906년 개장했다. 하지만 구장 건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집시들이 이미 구장 부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강제 이주에 화가 난 집시들은 클럽에 100년의 저주를 걸었다. 버밍엄은 1906년 복싱 데이인 12월 26일 새 구장에서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첫 경기를 가졌다. 축구장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고 경기가 한 시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관중 3만2000명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불길한 시작이었다. 클럽은 이듬해 세인트 앤드루스 구장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끝에 2부리그로 강등된다. 그 후 버밍엄은 한 리그에 진득하게 있지 못했다.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며 클럽은 집시처럼 떠돌아다녀야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축구장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물이 아닌 기름이 든 양동이를 끼얹는 바람에 메인 스탠드가 전소하기도 했다. 거듭된 불운에 버밍엄 시티의 감독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1980년대 감독이었던 론 사운더스는 축구장 조명등에 십자가를 달고, 선수들의 축구화 바닥에 빨간색을 칠했다. 90년대 감독이었던 배리 프라이는 심령사의 조언에 따라 매 경기 전 피치 4개의 코너 깃발에 소변을 봤다. 하지만 별 소용없었다. 이렇게 버밍엄 시티는 1906년 이후 100년 동안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저주가 걸린 마지막 해인 2006년 버밍엄 시티는 2부리그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00년만인 2006년 복싱 데이 경기에서 클럽은 퀸즈파크레인저스(QPR)를 2-1로 물리쳤다. 팬들은 드디어 저주가 풀렸다고 환호했다. 5년후인 2010~11시즌 마침내 버밍엄 시티는 아스널을 2-1로 꺾고 풋볼 리그 컵에서 우승한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2.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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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유니폼 판매용' 선수는 정말 존재하는가

유럽 축구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기업이 마케팅 활동의 목적으로 스폰서십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빅5 리그(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그앙)’에 속한 클럽들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글로벌 브랜드와 속속 손잡고 있다. 축구 스폰서십 산업의 선두주자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EPL)다. 2020년 EPL은 스폰서십 계약으로 8억 3200만 유로를 벌어, 2위에 그친 라리가(4억 3600만 유로)를 압도했다. 그해 EPL 전체 수익의 28%가 스폰서십에서 나왔다. 축구 스폰서십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셔츠 스폰서, 킷 스폰서, 커머셜 파트너가 바로 그들이다. 셔츠 스폰서는 메인 스폰서라고도 불린다. 이 스폰서십의 가장 큰 매력은 기업의 브랜드나 로고를 후원하는 클럽 셔츠 앞면에 새기는 것이다. 2017~18시즌부터 EPL이 셔츠 소매에도 광고 부착을 허용한 이후, 슬리브(sleeve, 소매) 스폰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킷 스폰서는 킷 공급자(supplier)라고도 불린다. 영국에서는 스포츠팀이 입는 특정한 옷을 킷(kit)이라 칭한다. 킷 스폰서십 계약은 보통 셔츠 스폰서보다 오랫동안 지속된다. 또한 2022년을 기준으로 EPL의 빅6 클럽 중 토트넘을 제외한 5개 클럽의 킷 스폰서십 계약 규모가 셔츠 스폰서십보다 컸다. 커머셜 파트너는 셔츠나 킷 스폰서보다 클럽에 훨씬 적은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그들이 갖는 권한도 작다. 이들은 보통 후원의 대가로 축구장안의 광고보드권, 언론 인터뷰 시 배경막 로고 노출권, 홈페이지 로고 사용권 등을 보유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역, 글로벌, 파이낸셜, 미디어 파트너를 갖고 있으며, 2021년 이들이 보유한 커머셜 파트너만 51개사에 달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많은 기업들이 셔츠 스폰서와 커머셜 파트너에 참여한 것과는 달리, 킷 스폰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적이다. 유니폼 혹은 스포츠용품 제조사만이 킷 스폰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셔츠를 가장 많이 판매한 클럽과 이를 만든 제조사는 누구일까? 2021년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셔츠를 판매한 클럽은 독일 분데스리가 최다 우승(31회)에 빛나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뮌헨은 325만 장의 셔츠를 팔았고, 제조사는 아디다스였다. 표에서 보이듯이 스포츠용품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 셔츠를 만들고 있다. 범위를 넓혀 2022~23시즌 빅5 리그에 속한 모든 클럽의 킷 스폰서를 살펴봐도,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선두 주자다. 이 두 회사는 각각 17개 클럽을 후원해 공동 1위에 올랐다. 다시 말해 빅5 리그 셔츠의 34.7%를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만든 것이다.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해 슈퍼스타를 영입한 클럽의 셔츠는 불티나게 팔릴 때도 있다. 따라서 팬들과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마저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연봉과 이적료를 지불해도, 클럽 셔츠가 그만큼 많이 팔려 이득이 날 것이라는 환상을 꿈꾼다. 하지만 셔츠가 한 장 판매될 때마다 클럽이 얻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 셔츠 판매로 벌어들이는 구단의 수익은 제조사들과 합의한 수수료에 따라 결정된다. 세계적인 클럽들도 보통 셔츠 판매 수익의 7.5~15%밖에 받지 못한다. 2020~21시즌을 앞두고 리버풀은 나이키와 킷 스폰서십 계약을 맺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리버풀이 나이키로부터 받기로 한 연간 액수 3000만 파운드는, 이전 킷 스폰서였던 뉴 발란스보다 1000만 파운드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계약에서 리버풀은 셔츠 매출의 수수료를 20%까지 끌어 올렸다. 리버풀의 셔츠 가격은 70파운드다. 따라서 셔츠 한 장이 판매될 때마다 20%인 14파운드가 리버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위의 표와 같이 리버풀 셔츠가 연간 250만장 정도 팔리면 클럽은 수수료로 3500만 파운드를 벌 수 있다. 수수료 20%에 연간 계약 액수 3000만 파운드를 합하면 리버풀이 킷 스폰서십으로부터 얻는 액수는 총 연간 65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뉴 발란스와는 달리 나이키는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나 뮤지션 드레이크 같은 세계적인 셀럽을 모델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리버풀은 이러한 스타를 이용한 셔츠 판매 전략도 세울 수 있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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